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2-05-26 15:25

  • 박스기사 > 수필단상

잘못한 일은 있는데, 잘못한 사람은 없다?

기사입력 2022-01-26 17:44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0

잘한 일은 잘한 사람이 많다. 웃기게도 잘한 일이 없음에도 잘한 사람은 항상 있다. 반면 잘못한 일은 있는데 잘못한 사람은 없다. 거의, 대부분, 언제나...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뉴스라는 걸 가급적 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정보 습득의 크기보다 짜증 유발의 크기가 크기 때문인데, 문제는 이게 보지 않으려 해도 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 옛날 남의 집 방 한구석에서 도둑질하듯 보던 그 귀한 텔레비전이 어찌나 흔한지, 식당엘 가도, 가게엘 가도, 은행엘 가도 떡하니 자리 잡고, 그 텔레비전 모두 대동 단결하여 뉴스만 주야장천 보여주고 있으니.

그 대동 단결한 뉴스에서 보게 되는 일들이다.

어느 동네에 부동산 개발 사업이 있었단다. 업체가 선정되었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몇 천억을 벌었단다. 일정액 이상의 이익이 생기면 지자체에서 환수하는 조항이 슬그머니 빠져 버려서 생긴 일이란다. 심하게 비정상적인 수익이 발생한 잘못된 일임이 틀림없는데, 잘못한 사람은…… 없단다.

높으신 분의 자제분이 상장 위조니 뭐니 해서 대학엘 갔다고 한동안 시끄러웠다. 그러더니 이번엔 그 일을 수사하신 분의 가족이 허위 경력을 기재했다고 시끄럽다. 요지경이다.

아주 옛날 초보 직장인일 때의 일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신입사원의 풋풋함과 발랄함을 장착하고 출근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직속상관인 과장님께서 보자고 한다. 느낌이 하다. 이런저런 사실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게 사고란다. 시골 논 몇 마지기의 금액에 해당하는, 내가 인지하지 못한, 내 잘못의 사고.

과장님은 분주하다. 수습이라는 걸해야 할 테니. 길기도 긴 악몽 같은 하루가 지나고 퇴근할 시간이다. 사고금액은 과장님이 메꾸어 놓았단다. ‘내 잘못인데 과장님이 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코가 석자라 그냥 지나간다.

며칠이 지났다. 사고 해결은 되지 않았다. 과장님께서 사고금액을 1/2씩 변상하자고 한다.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그렇게 했다. 다 그렇게 하는 줄 알고그리고 며칠 후 다행히 사고는 잘 수습되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경험과 경력이 쌓였다. 이제는 그때 과장님의 모습이 책임을 질 줄 아는, 책임을 지려는 사람의 모습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기억한다. 오래도록.

스쳐 지나가듯 뉴스를 보다가 그때의 일이 떠오르는 건 잘못한 일은 있는데 잘못한 사람은 없는 지금의 세태 때문일 테지.

 

김종열/前 농협 밀양시지부장

. ()

  • 등록된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댓글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