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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2-05-26 15:25

  • 박스기사 > 시가 머무는 자리

호랑이 느티나무

기사입력 2022-01-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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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느티나무

                                석연경

 

한민족의 마을 입구에는

보호수가 있다

태풍과 눈보라를 맞고

햇살과 달빛에 절여져

거대한 바위처럼 묵묵하다

굵은 가지는 첨병이다

근엄한 그에게

바람이 스치면

다 안다는 듯

수천만 개 초록 귀를 흔든다

 

밤이 되면 마을을 둘러보고

시베리아 만주 일본까지 다녀오곤 한다

구한말 일제강점기 때

조국을 떠난 동포를 살피고

나뭇잎 몇 잎 떨구어

고국의 연서를 남겼던 것인데

 

어느 겨울

역사의 각인을 씨앗으로 뿌리고

느티나무가 하늘로 떠나자

지구가 잠시 흔들거린다

느티나무로 배를 만들고

악기를 만들면서 보았네

그가 고조선 호랑이였다는 것을

마을을 수호하던 세월 겹겹

몸 안 가득 호랑이가 꿈틀거린다

 

호랑이가 포효하며 오를 때

범 무늬 씨앗 털

시베리아 만주 일본 벌판에 떨어져

고조선 묘목이 그늘을 만든다

 

무덤은 양지바른 고향 언덕에 있으나

호랑이는 백두대간을 달려 북으로 가고 있다

 

·밀양 출생.

·2013시와 문화, 2015시와 세계문학평론 등단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송수권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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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0/500
  • 서태우
    2022- 01- 31 삭제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