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왜 88%인가
 
 [2021-08-27 오후 4:07:09]

5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자 정부가 직접적인 재정지원에 나선 것이 지난해 봄부터 벌써 다섯 번째이고, 일반 국민까지 대상으로 포함한 지원은 두 번째이다.

그런데도 재난지원금에 대한 국민의 이해나 인식은 여전히 모호하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1천조 원을 넘었고 현 정권이 대선을 앞두고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편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반면에, 다른 편에서는 현재의 규모를 더 확대하여 전 국민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의 지원대상은 소득기준 하위 88% 선으로 정했다. 이것과 100% 중에 어느 것이 과연 더 합당한가는 수치가 주는 흡입력은 별개로 하더라도 선택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애초 당정 간에 80% 지원으로 합의되었으나, 여당이 먼저 100% 지원으로 선회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원안을 고수하며 물러서지 않자, 정치권은 이게 기재부의 나라냐고 몰아세우면서 적잖은 시간을 허비하다가 어정쩡한 88%가 도출된 셈이다.

엄밀히 보자면 민주정치체제에서 선출직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만큼 결정권의 우위를 점하고, 관료는 정치적 결단을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것을 일차적 임무로 삼는다. 그런데 선출직은 전문성의 문제나 포퓰리즘적 비효율의 우려 등으로 예산의 편성권을 행정부에 두고 있다.

지난 1년 남짓한 기간에 1차에서 4차까지 50조 원이 넘는 정부의 직접지출은 유래가 없는 규모이다. 그에 더해 이번에는 35조 원의 추경을 통과시켰다. 이쯤 되면 기존 집행에 대한 재정효과를 면밀히 살펴서 그에 기반하는 정책대안을 마련함은 당연하다.

재난지원금의 대상과 규모는 단순히 수치에 매달릴 문제가 아니다. 향후의 방역 전망이나 피해 상황, 경기 흐름이나 동원 가능한 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련의 집행을 담당하는 관료는 흔들림 없이 국가 곳간지기의 준엄한 소명을 다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출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거나 실제 나타나는 효과는 각기 다르다. 그러기에 상대적으로 더 시급하고, 그 효과가 큰 계층에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옳다. 긴급지원금이 차세대에게 부채를 안겨 가면서 부자들에게 코끼리 비스킷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전문가들이 논증하는 바와 같이 전반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은 소비를 촉진해 왔다. 다만, 소득계층에 따른 차이를 보였는데 고소득계층은 상대적으로 소비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으나, 저소득계층은 그 변동이 크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되겠다.

요컨대 정부지원은 우선적으로 재정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국민의 담세능력, 정부의 부채비율, 국제신용등급 등이다. 국가부채는 총액보다 더 심각한 것이 가파른 증가율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100개 이상의 나라들이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 받은 점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다.

다음으로 고려할 사항은 재정의 승수효과이다. 이것은 불황기에 국가가 돈을 풀어 만든 유효수요가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고, 경기순환을 거쳐 풀린 돈이 경제효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 지출이 소비보다는 투자에서 승수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민간에 직접 돈을 주는 이전지출은 승수효과가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통해 경기 부양이나 소비 진작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 악화를 막는다는 목표로 취약계층의 소득 보전에 나서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현 정부가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소득주도성장이 한계에 부닥친 이유를 되짚어 보아야 할 때이다.

 

박창권/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