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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에 온 여승(女僧)-5

[2021-10-29 오전 9:42:48]
 
 
 

5장 운명의 그림자

석양에 온 여승(女僧)-5

 

허허, 이거야 원! 사위의 충격이 겁나서 말 못할 일이 따로 있지, 명색이 백년지객인 나도 자식이라면 자식인데 어찌!”

천정을 올려다보며 장탄식을 하던 중산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시 정색을 하며 따지듯이 묻는다.

부인의 말이 백번 맞는다고 칩시다! 그런데 말이오. 그렇다면 부인께서는 왜 근 열흘이 다 되도록 그동안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이제 와서야 그 언년이라는 하녀의 얘기를 나한테 하는 겐지, 그 까닭이 무엇이오? 거기에는 필시 그만한 곡절이 있었을 게 아니오?”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박씨 부인을 바라보는 중산의 두 눈이 예사롭지 않게 뜨거운 불길을 뿜어낸다.

하지만 박씨 부인은 친정아버지의 깊은 뜻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 불길 속에서 자신의 몸을 송두리째 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그대로 오롯이 감수하려는 듯이 결연히 고개를 끄떡인다.

, 서방님! 그렇답니다. 그럴만한 곡절이 있고말고요!”

그렇다면 여태까지 함구하게 된 그 까닭이 무엇인지 알아듣기 쉽게 어디 한번 자세하게 설명을 해 보시오!”

너무도 뜻밖의 일이라, 자제하려고 애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불붙은 중산의 감정은 식기는커녕 자꾸만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의 언성이 갑자기 높아지는 바람에 그때까지 이맛살을 찌푸리며 꼼지락거리고 있던 어린 병준이가 기어이 잠에서 깨어나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고, 크게 당황한 박씨 부인은 아기 울음소리가 행여나 밖으로 새어 나갈세라 꽈리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우는 아이를 포대기째로 서둘러 품에 감싸 안고 흔들면서 달래기에 급급하다.

그러면서 그녀는 더욱 자세를 낮추며 거의 울음에 가까운 목소리로 애원을 하는 것이다.

서방님, 제발 고정해 주십시오! 언년이가 저의 친정집에 내려오게 된 것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인 까마득한 옛날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승당 할아버님과 운곡 할아버님께서 소싯적부터 깊이 쌓아 온 남다른 우의 때문에 빚어진 일이기도 하고요. 또한 언년이 쪽의 문제는 과거의 일로서 이미 기억에서 멀어져 간 것이지만, 청년 승려가 되어 나타난 청관 스님과 그분의 생모에 관한 문제는 현실 속에 살아 있어서 장래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데다, 궁내부 칙임관까지 지내신 승당 할아버님의 위상과 명예와도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손자며느리인 저로서는 한없이 어렵기만 한 시댁의 일로서, 내훈에서 배운 대로 함부로 입질에 올릴 수 없는 민감한 문제라 말씀을 드릴 수 있는 적당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느라고 그리하였을 뿐, 다른 의도는 결코 추호도 없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제발 노여워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것은 우리 민씨 가문이 처하게 될 미래의 위상과도 관련될 수 있을 만큼, 우리한테는 막중하기 이를 데 없는 민감한 사안이란 말이오! 그런데 부인께서는 시집의 미래보다도 과거에 친정에서 배운 내훈의 가르침이 그토록 더 소중했더란 말씀이오?”

중산은 임오군란 때 노비가 된 하녀와 승당 할어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청관 스님의 얘기를 듣고서도 지금까지 부인한테 함구하고 있었던 자기의 처사는 망각한 채, 내훈에서 배운 대로 민감한 시집의 일을 차마 함부로 입에 담을 수가 없어서 그렇게 할 적당한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 왔다는 부인의 처사만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문제 삼는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박씨 부인은 그의 이중성과 논리적인 모순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으며, 설령 생각이 거기에 미쳤다 한들 그것을 내색할 그녀도 아니었다.

서방님. 방금 말씀 드렸다시피, 우리 친정에 있었던 언년이의 얘기를 하지 않았던 까닭은 이번에 불거진 시조부님의 과거사 얘기를 알기도 전의 일이고, 또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 집으로 보내어졌다가 제 나이 겨우 세 살이었을 때 자유인으로 방면되어 마무리가 된 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거듭 말씀 드리거니와, 지난 단옷날 친정아버님으로부터 승당 할아버님의 서출 자식에 관한 얘기를 듣고서도 지금까지 함구하고 있었던 까닭은 어릴 때 배웠던 내훈교육의 가르침에 따르고자 함이었던 것일 뿐, 다른 뜻은 전혀 없었음을 믿어 주십시오. 그동안 그 사실을 함구하고 있었던 것도 다른 저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서방님께서 청관 스님의 얘기를 저한테 먼저 흉금을 터놓고 말씀해 주시기를 기다리느라고 그리했던 것뿐입니다. 그러다가 마침 청관 스님의 생모로 여겨지는 여자 스님이 우리 집을 다녀갔다고 하는 바람에 마침 잘 되었다 싶어서 언년이의 얘기도 조심스럽게 전해 드리게 된 것이고요.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것처럼 이렇게 노여워하시면 저는 어찌합니까? 그러니 제발 저의 마음을 알아주시고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래도 그렇지요! 임오군란과 관련된 문제는 장차 세상인심과 맞닥뜨리게 될 우리 가문의 미래가 걸려 있는 민감한 문제라는 사실을 부인도 삼척동자가 아닌 이상 잘 알고 있었을 게 아니오?”

서방님, 밖에서 누가 듣고 있을까 두렵습니다. 제발 언성을 낮춰 주십시오!”

말이 밖으로 새어 나갈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서야 중산은 아차! 싶어서 겨우 마음을 가라앉힌다.

안절부절, 마음을 졸이던 박씨 부인은 중산이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을 보고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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