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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2019-11-11 오후 4:53:26]
 
 
 

이 책은 현재 일본 사회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쳐본 가키야 미우의 신작 소설이다. 고령화를 비롯하여 직장인 비정규직 온갖 현실 문제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0년 초고령화의 사회 일본, 생산인구 감소, 의료와 복지로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어 국가 재정이 바닥까지 내려갈 상황에서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된다. 70세 되는 날로 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더불어 일본 정부는 안락사 방법을 몇 종류 준비하고 대상자가 그 중에서 자유롭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죽음을 좋다고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생명만큼 크고 귀하고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동물이나 곤충이나 미생물까지 살기를 원하지 죽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법안이 통과되면 70세에 모두가 죽게 되는 것일까? 결과가 궁금하여 계속 읽게 되는 소설이다.

충격적인 줄거리는 한 가정의 생활상을 본보기로 가족의 각기 다른 독특한 성격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이 책속의 주인공인 55세 도요코에게 시즈오 남편은 아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딸 모모카는 도요꼬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 할머니의 병 수발이 싫어 도피로 집을 나가 엄마를 외면한다.

아들 마사키는 명문 대학을 나와서 엘리트코스를 거쳐 대기업에 취직되어 잘 다녔다. 그렇지만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고 적응하지 못해 회사를 그만 두고 3년째 놀면서 취업에 도전 해본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는 백수 은둔형이다.

시어머니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병 수발을 받으면서 며느리에게 조금도 고마운 줄 모르고 짜증에 큰 소리만 치는 노인이다. 단 한 사람도 도와주지 않는 집안일과 숨 막히는 환경 속에서 도요코에게 사망법안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68세 시어머니의 사망법안인 2년 기간은 다른 희망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돌연 남편은 조기 퇴직을 하고 인생의 꿈이었던 세계여행을 친구와 떠난다. 남편의 어이없는 일에 견딜 수 없어 집을 나간다. 도요코의 가출로 인해 남겨진 가족들은 그동안 그녀가 해왔던 살림과 병수발 등을 떠맡게 되니, 그동안 어떤 고생이었는지 알게 되어 불편을 덜고자 온갖 해결책을 총 동원하기에 이른다.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 며느리의 자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크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도요코 가출을 통해 가족들은 생각을 바꾸게 되고 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가출한 도요코는 긴 세월동안 가정에서 희생적인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 힘들지만 새로운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한편 가족들 중 시어머니가 자신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알고 그동안 며느리만 믿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에 미안함을 느낀다. 남편도 무책임하게 떠났던 여행에서 돌아와 늦게나마 아들로서 어머니 병 수발과 집안의 모든 일을 돕는다. 아들도 방안에서 나와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일을 하게 되며 딸도 자신을 돌이켜보고 엄마를 도와주지 못함에 후회를 한다. 모두가 각자의 잘못을 깨달으며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현대사회에서 가족 내의 단절과 가치상실, 노령인구 부양의 문제, 청년실업 등을 다루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일본사회의 약자들이다. 결국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지는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각기 다른 삶으로 불안한 미래에 안정을 찾을 반가운 소식으로, 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로, 열심히 살아왔던 인생을 무시하는 일로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다. 70세 사망법안이라는 설정이 파격적이고 이에 대응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우리나라도 저출산 고령화라는 현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심어주는 훌륭한 작품의 소설이다.

 

최경화/주부기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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