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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기우제

[2020-10-29 오전 10:34:46]
 
 
 

가을이다. 심정적 이중률(二重律)이라고나 할까, 풍요로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계절! 흐드러지게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들녘은 아름답지만 거기서 들려오는 갈 바람소리는 너도 가고 나도 가야만 하는 존재의 허무함을 말해주는 듯하다.

올해는 그러나 가을날의 서정(抒情)을 얘기하기도 전에 속상하는 일들이 겹치기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감염병은 다 아는 얘기이고 지난여름 내내 계속된 자연재해와 인재(人災)는 사람이 주눅들기에 충분했다.

소상공인들은 폭망(?)하고 집값 광란에 전세대란, 생활물자의 고공행진이 겹쳐 일어났다. 잇단 태풍에 밭작물은 다 떠내려가고 이제는 가게에서 파는 햄버그에 토마토가 실종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다. 재수 없는 놈은 세차(洗車)하는 날 비 오더라고 이 판에 독감주사 맞고 죽는 사고까지 일어나지 않나, 사람 전염병에 돼지전염병까지 겹치고 보니 화불단행이란 말이 빈 말이 아닌 것 같다.

정말이지 어렵다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어제는 오랜만에 중국산 미세먼지까지 말썽이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숙지막하다 싶더니 중국 장궤들이 이제 좀 살만하다 싶은지 독성 미세먼지를 또다시 날려 보내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도 마스크를 끼고 미세먼지 때문에도 껴야하니 이래저래 마스크 천신은 면하기가 어렵게 됐다. 그처럼 우리는 죽으나 사나 마스크지만 유럽과 미국 사람들은 마스크를 몹시도 꺼려하는 눈치다. 안 그래도 맘대로 숨 쉬고 살기도 어려운 세상, 마스크까지 끼면 숨 막혀 죽을 것 같다는 생각들일까.

난 범죄자도 아닌데 왜 마스크를?”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서양식 사고방식이다. 마스크는 자기의 정체를 가리기 위한 것이고 위장술의 하나이므로 떳떳한 사람이 쓸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알렉산더 뒤마의 소설 철가면은 평생 철제마스크를 쓰고 감옥에 갇혀 지낸 불우한 죄수였는데 내가 왜? 그런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유럽은 가을철 코로나 재 확산으로 일대위기에 처해 있다. 영국의 감염병전문가는 앞으로 수만 명이 더 희생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자유를 최대가치로 여겨 온 프랑스, 벨기에 마저 야간 통금을 실시 중이라니 알만하다.

TV에서 보면 서양사람치고 마스크 낀 사람은 잘 없다. 안 할 말로 아직 따끔한 맛을 못 본 탓인지 몰라도 죽어도 마스크 따위 안 끼겠다는 고집으로 보면 미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 마스크 아니라 그 보다 더한 것이라도 감수하고 내 앞에 닥친 시련을 묵묵히 참고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먼 인생길을 가자면 성급함 보다 인내와 끈기가 더 절실하지 않을까.

농업위주의 다코다족 인디언들은 비가 안 오면 올 때까지 거듭 기우제를 지낸다고 한다. 비가 안 오면 기우제고 뭐고 그만둬야 하는데 올 때까지 기우제라니, 미련하다고 비웃기 일쑤였다.

하지만 하버드대학의 그랜드 스터디연구로 밝혀진 것은 인디언들처럼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인내의 소유자들이 결국 성공한다는 결론이었다.

지금 우리는 미증유의 겹치기 재앙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어려움을 참고 인내로 극복해온 다코다 인디언의 정신을 귀감으로 삼자고 말하고 싶다.

 

(배철웅/칼럼니스트)

배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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