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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짓 말

[2019-11-11 오후 4:14:12]
 
 
 

하이고 많이 늙어 부럿네. 나이보다 열 살은 더 늙어 보인다...” 아무리 속이 넓은 사람이라도 그런 말 듣고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을 게다.

그러니까 참말도 함부로 할 게 못된다. 늙은 걸 늙었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그게 아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거짓말은 나쁘다 거짓말하지 말아라 하는 공자말씀만 믿고 살아 온 고지식한 사람은 참말이 때로는 거짓말보다 더 세상을 어둡고 슬프게 한다는 걸 모른다.

배를 곯는 자식을 보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난 하나도 배 안 고프다. 너나 많이 먹어라하는 것이 어버이 마음이다. 요새 하도 세상이 거짓으로 넘치니까 어느 언론사는 펙트 체크’(Fact check) 란 걸 한다지만 그런 어버이의 마음을 펙트 체크한다면 어찌될까 그런 생각이 든다.

안 할 말로 거짓이 차고 넘친다. 선한 거짓이 풍부하다면 좋겠지만 남을 속여서 제배를 채우려는 악의에 찬 거짓들이 너무 많다. 광화문에 연일 수 백만 명이 모여 시위를 하지만 그것도 알고 보면 거의가 거짓이다. 여당 야당 두 쪽으로 갈라져 내가 옳다 네가 옳다 우기지만 결국 둘 중의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눈만 뜨면 스마트 폰에는 가짜뉴스가 줄을 잇는다. 나는 그런 거짓말이 들어오면 보지도 않고 지워버린다. 하지만 지워도 지워도 거짓말이 계속 들어오니 피하려 해도 피할 곳도 피할 방법도 없는 초 미세먼지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지능이 발달하니 진실은 도망가고 거짓만 남았다. 그래서 노자도 지혜가 나오니 큰 거짓이 생겨났다(智惠出 有大僞)”고 하지 않았는가. 자연상태에서 살던 태고적에는 순박하고 정직하던 사람들이 지혜가 발달하고 문명사회에 살게 되면서 거짓이 넘쳐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매일 밥 먹듯이 거짓말을 먹고 산다. TV고 신문이고 전봇대고 담벼락이고 광고로 도배질을 하지만 그 광고란 것도 절반은 거짓말이다. 어떤 약 광고는 식약청에서 별 효과가 입증된 것이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약효가 있다며 더 요란하게 떠들어 댄다.

레닌은 공산주의자였지만 잊지 못할 명언을 남겼다. “선전의 요체는 반복하는 데 있다”. 비록 믿기 힘든 일이라도 자꾸 반복하면 결국 믿게 된다는 것이다. 반복(Repeating)의 효과는 그렇게 무섭다. 레닌은 선전을 말했지만 선전, 선동, 홍보, 광고 등 모두가 인간을 설득하고 인식을 바꾸기 위한 수단이란 점에서 같다.

나치의 천재적 선전상 괴벨스도 반복을 강조했다. 그는 거짓말이라도 반복하면 다음에는 의심하는 단계로 바뀌고 나중에는 믿게 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반복함에 따라 인간의 인식은 미움(Hate) - 불신(Distrust) - 의심(Suspision) - 믿음(Trust) - 사랑(Love)로 바뀐다. 말하자면 반복에 의해 인간의식은 헤이트가 러브로 바뀌게 된다.

1930년대 독일의 나치는 별 볼일 없던 군소정당에서 출발하여 최대의 다수당으로 성장하고 결국 집권당으로 독일을 지배했다. 그것은 괴벨스의 선전선동에 힘입은 바 크며 그래서 히틀러는 괴벨스를 형제처럼 사랑했다고 알려졌다.

정치선전이건 상업광고건 우리는 그 허위적 요소를 식별할 이성과 지성이 필요하다. 눈을 호리는 광고에 속아 혼을 팔면 패가망신한다. 어떤 여직원은 거액의 회사공금을 훔쳐 명품쇼핑을 하다가 쇠고랑을 찼는가 하면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엄마의 카드를 훔쳐 2천만 원 어치의 명품쇼핑을 한 여중생도 있었다고 한다. 쇼핑중독은 정신병이라고 하는데 그 모두가 광고에 혼을 팔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가 돌아가려면 광고 없이는 안 되지만 광고가 갖는 역기능을 식별하는 이성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이 즈음이다.

정치도 선전선동, 홍보광고를 적극 활용하여 거짓말도 하고 참말도 한다. 괴벨스가 말했듯이 거짓도 반복하면 진실로 믿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년 총선거 때문에 나라가 호떡집에 불난 듯이 시끄럽기에 하는 말이다.

 

배철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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