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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언저리, 빛과 그리고 그림자
큰각단 마을의 변화된 풍속도를 본다
[2019-10-22 오후 4:37:14]
 
 
 

도심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아파트 숫자에 따라 주거상황과 삶의 풍속도가 소리 없이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존 아파트에서 새로 건축된 아파트로 옮겨가는 숫자가 늘어나면서 기존아파트의 가격이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임대주택은 비어가고 있고 농업가 젊은이들이 자녀의 교육환경과 삶의 질을 위해 도심의 아파트로 보금자리를 만들고 농토는 출퇴근의 직장이 되고 있다.

거기에 외지인들의 투자와 맞물려 밀양은 아파트 숲으로 점차 그 형태가 변모하고, 밀양 근무 외지인들이 원룸을 선호하면서 원룸 또한 그 숫자가 급속히 늘어났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속절없이 그늘져가는 곳도 있다.

그동안 삶의 뿌리를 내려왔던 환경이 통째로 바뀐 고요했던 마을 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큰각단 마을

내이동 신촌 마을 들 한가운데 큰각단이란 마을이 있었다.

비가 내리면 온통 물속으로 잠겨드는 들 한 가운데 유독 침수가 적은 지역에 마을이 들어서면서 큰각단이란 이름이 붙었다.

넓은 들을 관리하며 살아가는 그곳은 제법 큰 마을로 물이 풍부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봇도랑에서부터 들녘으로 피어난 물안개의 고즈넉함과 새소리며 개짓는 소리며 닭들의 울음소리가 동녘에서부터 떠오르는 햇살을 부른다.

농기구를 챙기는 남정네들의 웃음소리가 아이들의 장난질에 들뜬 목소리 속으로 묻혀가고 아낙네의 콧노래 소리 속에 밥이 익어가는 곳이었다.

이 지역엔 중각단, 주막각단, 시내각단 등의 마을이 있었고 그 중 가장 큰 마을이 큰각단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다른 마을들의 규모가 더 커갔다.

임진왜란 후 새로 생긴 마을이라 하여 신촌이라 불렀다는 설()을 미루어보아 그때부터 다른 마을의 성장이 본격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해는 떠는데

현재 17세대 정도의 이 큰각단 마을의 풍속도가 어느 날 완전히 바뀌었다.

해가 떠는 시각이 달라지고 해가 지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마을 양쪽으로 수십 층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이다.

아파트 거주자들이 내려다보면 일상의 현장이 그대로 보일 듯한 불편감도 감수해야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고층에 가려진 해는 아침이 와도 보이지 않고 저녁이 되기도 전에 사라진다.

아파트 거주자를 비롯해 그곳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길 속에 어쩌면 안타까움이 피어날지도 모른다.

도시의 미관적인 면이나 기능적인 면에서도 상가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여 시대의 변화에 적합한 옷을 갈아입도록 해야 할 때라 보인다.

 

박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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