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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겨울눈을 보며

[2021-06-11 오후 3:33:21]
 
 
 

오월의 끝자락에 비가 내렸다. 여름을 재촉하는 제법 굵은 빗줄기였다. 비를 보니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친구 생각이 났다. 그의 집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비 오는 시골길을 달리다가 잠시 길가에 차를 세우고 가게에 들러 막걸리 두 병을 샀다. 이 친구 집을 방문할 때는 부담이 없다. 막걸리 두 병만 들고 가면 만사 OK. 친구는 나를 보자마자 며칠 전에 새로 샀다며 반짝반짝 빛이 나는 트럼펫을 들어보였다. 갑자기 트럼펫을 왜 샀느냐고 물었다. 유튜브에서 연주하는 동영상을 보았는데 너무 멋있고 소리도 좋아서 연주해보고 싶었단다. (트럼펫은 젊어서 시작해야 제대로 된 연주가 가능 할 텐데)

친구는 칠순 기념일에 가족과 지인들 앞에서 멋진 연주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3년 전부터 음악이란 것을 시작했다. 지난 3년 동안 일곱 개의 악기를 구입했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색소폰 3, 클라리넷 1, 기타 2, 트럼펫 1개 등. 그리고 반주기와 전자 음향장치도 좋은 것으로 갖추었다. 그의 음악실을 찾은 사람들은 누구나 부러워한다. 문제는 의욕이 충만한 이 친구가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칠순 기념일이 2년 쯤 남았는데 지금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멋진 연주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어 보았다. 시간을 갖고 깊이 생각해서 한 가지 악기를 선택하고 그 악기만으로 꾸준히 연습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날은 그렇게 결론이 났지만 다음에 가보면 또 다른 악기를 구입해놓았을지도 모른다.

고려시대에는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는 속담이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라는 속담이 있었다. 나라의 정책이 조령모개(朝令暮改) 식으로 바뀌는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 어우야담에서 이 속담과 관련된 일화를 볼 수 있다. 한 번은 명재상 유성룡이 공문을 신속히 각 고을에 발송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중대한 실수가 발견되어 공문을 다시 회수하게 된다. 역리가 발송되지 않은 공문을 그냥 가져왔다. 공문이 아예 발송되지 않은 것을 보고 유성룡이 역리를 크게 꾸짖었다. 역리는 대답했다. “‘조선공사삼일이라는 속담이 있어 어차피 다시 고쳐야 할 공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내지 않았습니다.”

국가의 정책이나 단체 또는 개인의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제대로 시행해 보지도 못하고 폐지하거나 수정해야할 일이라면 그에 따른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분명한 것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졸속으로 결정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작심삼일은 마음먹었던 일을 삼일도 실천하지 못하고 포기해버린다는 뜻으로 쓰인다. 여기에는 쉽게 결정하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는 의미도 들어있다. 그러니 작심삼일적어도 삼일은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서 마음에 결정을 내리자라는 뜻으로 쓰면 어떨까?

봄이 되면 어련히 알아서 싹이 트고 꽃이 피는 것처럼 보이지만 꽃은 겨울이 오기 전에 이미 생겨나서 준비하고 있다. 이른 것은 가을이 오기도 전에 꽃눈을 만들어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산수유·매화·벚나무·개나리·목련 등 목본식물들은 지난해 가을에 미리 내년 봄에 필 꽃의 에너지를 모아 겨울눈을 만든다. 내년 봄 잎이 피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울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그러니 겨울눈이란, 겨울에 생긴 눈이 아니라 겨울을 무사히 견디기 위해 입은 껍데기(겉옷)인 것이다.

나는 해마다 겨울이면 목련의 겨울눈(겉옷)을 가까이서 수시로 들여다본다. 봉긋하고 작은 재색 털외투 속에 이른 봄에 피어 날 하얀 꽃을 감추고 있다. 내 뜰에 서 있는 한 그루의 식물이 때맞춰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긴 시간 동안 준비하는 것을 보면 때로는 경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가끔 물어본다. “은퇴 후 어떻게 지내실겁니까?” 하고. 그러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한다. “오랫동안 직장에 매달려 있었으니 당분간 여행이나 하면서 자유롭게 지내고 싶습니다. 그런 다음 뭘 할 지 생각해 볼 겁니다.”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으면서 대답만 그렇게 했으면 다행이지만, 정말 은퇴 후에 천천히 생각해 볼 것이라면 조금은 심각해 질 수 있다. 은퇴 후에 일 이 년 여행도 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고 말한 사람들이 대부분 6개월도 안 돼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기 일쑤다. 여행도 혼자서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면 어쩌다 한 두 번은 모르겠지만 여러 번은 어렵다. 혼자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평소에 혼자 지내는 학습이 되어 있는 사람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유로움이 행복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권하고 싶다. 자신의 적성을 잘 파악해보고 평생 동안 여럿이 또는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한 가지 갖기로 하자. 결정이 되면 현직에 있는 동안 틈틈이 기능을 익혀서 탄탄한 실력을 미리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은퇴 후에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에 들어가서 조금도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어울리자. 또 하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을 한 가지 선택해서 은퇴 후에 바로 할 수 있도록 하자. 이 역시 현직에 있는 동안 미리 기능을 익혀두고 일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이렇게 준비 해 둔 사람들은 은퇴 후에 얼마간의 자유로운 시간을 마음 펀하게 누릴 수 있다.

가까이 지내는 B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 같았다. 퇴직 후에 천천히 생각해보자는 것이었다. B에게도 금방 은퇴의 날이 다가왔고 그는 지금 3년 째 무료하게 지내고 있다. 뒤늦게 이것저것 시작해 보지만 쉽게 기능을 익힐 수 없었다. 모임에 들어가 보았지만 미리 익혀 둔 기본이 없으니 눈치가 보이고 주변에서 이것저것 가르쳐 주는 것도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니 모임에 들어가도 얼마 있지 못하고 나오곤 한다.

이른 봄 잎이 피기 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목본식물들은 오래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겨울동안 조용히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작지만 알찬 소망을 갖고 미리미리 준비해두어야 때가 왔을 때 행복의 열차에 순조롭게 동승할 수 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의 서두름은 또 다른 방향의 수정이 요구될 뿐이다.

이른 봄 하얀 목련꽃이 그냥 피었으랴!

 

정상진/前밀양초등학교 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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