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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에 부는 바람(4)

[2020-08-26 오후 5:14:06]
 
 
 

3장 우국(憂國)의 밤

 

성내에 부는 바람(4)

 

그는 반가 출신의 유생으로 예전의 사마소(司馬所) 후신으로 설립되어 밀양 유림의 상징적 공간으로 젊은 유생들이 모여 시서예악(詩書禮樂)을 강습하고 시국을 논하던 연계소(蓮桂所)를 중심으로 활동 하면서 을사보호조약 이후에는 궁내부 주사 출신의 감암(紺巖) 박상일 (朴尙鎰) 선생과 공모하여 선생이 연락책을 맡고, 자신은 의병진을 구성하여 거병을 준비하기도 했던 전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의병운동의 한계를 느끼고 진성학교의 교사로 재직하면서 승정원 동부승지를 지낸 설립자 시헌(時軒) 안희원(安禧遠)선생의 영향으로 대종교(大倧敎)에 입문하여 독립운동에 기여할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일 정도로 민족의식이 아주 강한 열혈 선각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재를 모두 털어 사설 동화학교를 설립한 후, 교장의 신분으로 스스로 교단에 서서 열정적인 항일 민족교육으로 일관하여 밀양의 젊은 청년들에게 애국 독립정신을 주입시켜 왔고, 그 결과로 그에게서 배운 김원봉, 최수봉, 윤세주와 같은 많은 인재들이 저마다 신명을 바쳐서 조선 독립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적극적인 교육관은 결국 일제 당국의 덫에 걸려 자신이 세운 동화학교는 채 십 년을 넘기지 못하고 강제로 폐교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민족정신은 더욱 불타올랐으며,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 대부분이 독립운동을 결의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스스로 이곳 밀양읍교회와, 이미 간판을 내렸지만 아직도 지하화 하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대종교 밀양지사를 거점 삼아 그들의 후견인이 되어 보살펴 주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에 나와 지역의 유력 인사들과 자신의 교육 신념과 시국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곤 하는 것이었다.

죽명 선생이 을강 선생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 나무 의자를 끌어다 옆에 앉자 한춘옥 사장이 양복 조끼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어 시간을 확인해 보면서 그에게 인사 대신 농담 삼아 한마디 건넨다.

우리 혜민당 선생께서는 그렇게 열심히 예수님을 믿으시니 아마도 사후에는 틀림없이 천당에 가실 수 있을 것 같소이다 그려!”

글쎄요, 우리 교인들이야 모두 천당 가는 게 꿈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 죽명 선생은 바로 이곳이 그 꿈을 실현시켜 주는 산실이 아니겠느냐는 듯이 회의실 안을 거나하게 한 바퀴 빙 둘러본다. 바른편 벽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과 죽은 예수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고뇌하는 성모마리아상을 그린 피에타 성화가 걸려 있었다. 그 밖에 장식물이라고는 이곳에 필요한 작은 집기들과 방 한가운데에 길게 자리를 차지한 커다란 나무 탁자와 그 둘레에 놓인 많은 걸상들이 전부였다.

그렇게 죽어서 이루는 꿈도 좋지만 살아서 이루는 꿈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무슨 심산에서인지 한춘옥 사장이 그의 말에 다시 토를 달고 나선다.

글쎄요. 우리 인간들의 삶이란 주어진 여건과 사명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겠지요.”

죽명 선생은 그의 진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잠시 그를 바라본다. 어쩌면 그가 말하는 살아서 이루는 꿈이란 조선의 독립을 두고 이르는 말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만주에 있는 우리 독립군들이 나라를 되찾아 주도록 뒤에서 물질적으로 돕는 것도 꿈을 추구하는 일이 될 수 있지만, 온몸으로 헌신하며 죽어가는 환자들에게 신분을 가리지 않고 인술을 베풀어 귀한 목숨을 건져 주는 것도 혜민당 선생이 추구해야 할 거룩한 꿈이 아니겠소이까?”

잠자코 듣고 있던 을강 선생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며 한마디 던진다. 김원봉이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한 사장의 큰댁 조카인 한봉근과 함께 중국에 망명해 있는 고모부 황상규 선생을 찾아갈 때 한춘옥 사장 자신이 상시로 모금한 독립운동 자금을 그들에게 쥐어 준 것처럼, 죽명 선생도 그런 그에게 독립운동 자금을 넉넉하게 기탁해 보라는 뜻으로 하는 말로 받아들인 것이리라.

일찍이 향교와 연계소를 드나들며 유생으로 활동한 바 있는 향반 출신인 전홍표 선생은 평민의 신분으로 당대에 자수성가하여 큰돈을 모아 밀양 갑부가 된 상술 능한 한춘옥 사장보다는 아무래도 자기와 같은 유림 출신인 죽명 선생의 덕망과 인격에 더욱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독립 운동가들에게 활동 자금을 대 주면서 지인들에게 그것을 은근히 과시하는 한 사장보다는 죽명 선생처럼 직접 발로 뛰면서 빈민 구휼사업을 펼치면서도 일체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남모르게 인술을 베푸는 죽명 선생의 의료 행위가 더 가치 있고 거룩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이렇게 한창 한담을 나누고 있을 때, 백발이 성성한 고삼종(高三宗) 목사가 나타났다.

우리 혜민당 장로님만 여기에 계실 줄 알았는데, 두 분께서도 벌써 와 계셨군요!”

회의실로 들어서면서 이렇게 인사를 한 고삼종 목사는 예복을 벗어 옷걸이에 걸고는 죽명 선생 옆의 의자에 와 앉는다.

, 아까 예배 전에 물어 보려다가 말았는데, 서울에 있는 자녀분들은 요새 잘 지내고 있습니까?”

고삼종 목사가 자신의 자녀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죽명 선생은 얼른 예를 갖추며 각별한 언성으로 대답한다.

, 목사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답니다!”

 

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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