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0.8.11 17:28
 
전체 사회 행정 교육 경제 정치/종교 문화/역사 복지/건강 스포츠/여행 밀양방송
 
박스기사
 전체
 살며 생각하며
 시가 머무는 자리
 마음의 창
 재약산의 숨결
 소설
 현지르뽀
 歷史속의 密陽人
 문학/예술
 가치핸들
 기획
 社說
 기고
 인물
 역사의 향기
 미담 속으로
 책이야기
 건강시대
 대선을 향한다
 총선을 달린다(밀양)
 발언대
 독서 산책
 밀양아리랑글판전
 낙숫물소리
  가장많이본뉴스
KBS(?)
육음(六淫)과
본보 ‘낙숫물
대한민국 "경례
‘미스터 트롯’
8자리 반사필름
밀양출신 중견서
선행 릴레이
한국음악협회 밀
밀양공연예술축제
밀양의 정체성은
농협중앙회 박재
의열의 폭탄 나
코로나19 극복
밀양아리랑천문대
‘All in
밀양시문화도시센
NH농협은행 밀
밀양시 제26대
코로나 극복 함
 
뉴스홈 >기사보기
안개 마을(3)

[2020-06-12 오후 4:14:44]
 
 
 

3장 우국(憂國)의 밤

 

안개 마을(3)

 

임오군란 때 관노가 된 여종의 몸에서 태어난 할아버지의 핏줄이라는 청관 스님과, 경북 의성에서 왔다던 호암 선생-. 그리고 지난 왕조 시절에 정권을 잡았던 실력자들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은근히 신경을 건드리던 신의주의 미곡상이자 대종교의 사교라고 신분을 밝히면서도 황상태라는 가명을 쓰면서 끝까지 연막을 치던 의문투성이의 중절모를 쓴 사내 하며.

중산이 그들의 모습을 차례대로 되짚어 보면서 조심스럽게 할머니의 처소로 들어섰을 때, 용화당에는 의관을 정제한 부친이 먼저 와서 무슨 일 때문인지 심각한 얼굴로 할머니와 둘이서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런 시각에 부친이 용화당에 와 있는 것도 그렇고, 며칠 전에 행장을 꾸린 노구의 길잡이 하인 김 영감까지 대동하고서 원지 출타에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부친이 지금 혼정신성의 문안 인사차 찾아온 것은 아닐 터였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방 안에는 전에 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중산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큰절을 올리고 자리에 앉자, 호피가 깔린 비단 보료 위에 무릎을 세우고 여황처럼 성장을 한 모습으로 앉아 있던 용화 부인은 영동 어른과 하던 얘기를 중단하고 자세를 고쳐 앉으며 다소 상기된 얼굴로 그를 맞이하였다. 도화서의 화공이 그린 금강산의 실경산수도 병풍을 배경으로 단정하게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정녕코 여황과도 같은 기상과 위엄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할머니, 소손 성내에 가서 볼일을 보고 무사히 잘 귀가하였습니다!”

의례적으로 하는 중산의 인사마저 오늘 따라 막중한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와 알현하는 신하의 그것처럼 엄숙하고 신중하였다.

그래, 해천껄엔 가내제절이 다 무탈하시더냐?”

중산을 바라보는 용화 부인의 가채머리 위에서 오색영롱한 선봉잠(先鳳簪)과 떨잠이 보일 듯 말 듯 하늘거린다.

. 처조부님께서도 강녕하시고 장인어른 내외분도 잘 계셨습니다.”

그래. 모두들 잘들 계신다니 다행이로구나!”

처조부님께서도 할머님의 건강을 많이 염려하고 계셨습니다.”

그것이야 피차 동병상련으로 같은 처지에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를 않겠느냐! 나라를 잃고 국권을 지키려던 막역지우마저 망국한으로 잃은 터에 할일은 아직도 태산 같은데, 수족 같이 움직이던 수하의 인재들마저 줄줄이 잃고 보니 믿을 것이라고는 친인척들밖에 없게 되었으니 그런 게지!”

용화 부인은 원지 출입이 잦은 부친을 대신하고 있는 예비 당주로서 아직 경험이 일천한 젊은 종손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거론한 적이 없는 어려운 시국 상황을 무심결에 내비치며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남몰래 추진 중이던 굵직굵직한 안팎의 일들이 뜻과 같이 잘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중산은 지금 이 자리에서 두 분 어른들 앞에서 오늘 밖에서 보고 들었던, 자기네와 무관치 않았던 일들을 말씀 드리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뜻을 밝히면서 상의하고 싶은 바가 많았다. 그동안 밖에서 유림 동료들로부터 들어 알고 있는 광복단의 얘기를 비롯하여, 무봉사에서 조우하였던 청관 스님의 얘기며, 신의주에서 왔다던 양복 입은 사내와 겪었던 체험담과 의성에서 왔다던 노선비의 얘기에다, 심상치 않게 들끓으며 불기둥 같은 신명으로 결집되던 민중들의 동태에 관한 얘기 하며.

하지만 생각만 간절했을 뿐, 어느 것 하나 두 분께 쉽게 아뢸 수가 없었다. 밀양 유림이 연루된 것이 분명한 광복단 사건을 비롯한 시국에 관한 얘기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무봉사에 불공을 갔다가 청관 스님이라는 범상치 않은 젊은 스님을 만났다는 가정사의 얘기마저 감히 입에 담을 수가 없었다. 방 안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도 분위기이려니와, 따지고 보면 그 모든 것들 중에서 황실의 척족세력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자기네 가문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과 어느 것 하나 무관치 않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문중 종가의 당주 일을 대신하고 있는 종손으로서 지극히 보수적인 가풍 속에서 자기가 감당하기에는 여러 모로 어려움이 많은 현실 여건이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다가온 때문이기도 하였다.

네 처조부님께서 따로 전하라는 서찰은 없었느냐

용화 부인이 기다리다 못해 먼저 물었다. 중산은 그제서야 언뜻 정신이 들어 품속에 지니고 왔던 운곡 선생의 서찰을 두 손으로 조심껏 받들어 올린다.

운곡 선생님께서 할머님이 친견하시도록 귀가 즉시 직접 전해 드려라 하셨습니다.”

늘 사용하던 처조부님이라는 말 대신에 운곡 선생님이라고 지칭하게 된 것도 그게 공적인 문건임을 의식한데서 온 긴장감의 결과였다.

그래, 알았느니라!”

용화 부인은 서찰을 받아들고 떨리는 손으로 겉봉을 살펴보다가 아무런 글자도 적혀 있지 않은 것을 보고는 그대로 문갑 서랍 안에 집어넣더니 자물통까지 엄중히 채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달리 하고 싶은 얘기라도 있는 것이냐?”

서찰을 갈무리하고 나서 심상치 않은 중산의 안색을 뒤늦게 발견하고 용화 부인이 옆에 배석한 영동 어른을 슬쩍 돌아보면서 묻는다.

정대재/소설가

 
 
 
내용
이름
   비밀번호
     
     
     
     

최근기사
양심의 가책 !
무덤덤한 강수(降水) 3복(福)
오장(五臟)과 뜸
다시 새롭게
BNK경남은행 밀양지점
재부밀양인 만남과 소통의 장
100대 1 경쟁률 뚫고 서울 금융기
밀양시새마을회
명포마을의 정
단장면 재약산 폭포들
감동뉴스
이웃과 나누는 행복한 일상
홀로사는 어르신 효도관광
수소원자에너지준위가 E1>E2>E3.
깜짝뉴스
누적 적자경영의 '밀양무역&#
세계최대규모 김치공장 밀양유치 확정
축협, 축산물품질경영대상 수상
 
전체 :
어제 :
오늘 :
(50423)경남 밀양시 북성로2길 15-19(내이동) 밀양신문 | Tel 055-351-2280 | Fax 055-354-0288
Copyright ⓒ 밀양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ly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