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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 지음/사계절 발행
[2020-03-04 오전 10:30:53]
 
 
 

현실감 있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주는 새로운인문학에 빠져들게 하는 강신주는 일반 교양독자들의 목마름을 가장 잘 이해하는 철학자이다. 그는 대학 강단이 아니라 직접 대중들을 만나 소통하는 대중 아카데미에서 주로 강의해왔으며, 대학 강단에서의 일방적인 주입식 철학 교육이 아니라, 각자 삶의 고민과 불만족을 해소하기 위해 철학 강의를 찾아 듣는 사람들과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나누고 공감한다.

이 책은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장 잘 반영한 현실감 있는 인문 공감 에세이이다.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기존의 고전 가이드북과 차별점을 두고 있다. 첫 번째는 틀에 박힌 철학 고전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의식을 투영할 수 있는 모티프를 가진 인문학자들의 저작을 위주로 책을 구성한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서고금의 철학자들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여느 고전 가이드북에서 볼 수 없었던 낯선 인문학자들인 이리가라이, 나가르주나, 이지, 라베송, 마투라나 등의 이름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독자들에게 현실감 넘치는 철학적, 인문학적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면서 마치 심리 카운슬링을 하듯 공감할 수 있도록 쉽게 읽힌다.

이 책은 별일 없이 사는 사람들과 별일이 너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철학책이다. 별일 없이 사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별일이 없는 듯, 아직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혹은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사는 사람들이고, 별일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뭔가 계속 문제가 발생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휘청거리면서 감정도 이성도 불안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다.

상처 입은 마음을 괜찮다 괜찮다하고 위로하는 글들이 넘치지만 그것은 현재의 문제를 잠시 덮어두게 할 뿐 근본적인 해결로 나아가게 도와주지 못한다. 칸트의 말처럼 회의주의나 자기 위안은 이성의 방황을 막을 수 없다. 상처를 헤집는 아픔이 뒤따르더라도 객관적으로 그것을 바라보아야만 자신을 위해 조금이라도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달콤한 위안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삶의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했던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줌으로써, 자신의 삶에 직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철학자들의 불편한 목소리를 견디어낼수록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각자의 삶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삶이 위태롭고 살아간다는 것이 점점 어렵고 버거울수록 누구나 자신의 삶을 총체적으로 반성한다고 한다. 인간은 동물적인 경쟁이 아니라 인간적인 행복을 추구하려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성찰하려고 노력하면서 비록 실패의 가능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한다고 한다. 삶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타자와의 관계 그리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자신의 감정도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응시하라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역린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자신의 생각은 논리적으로 반성하고 체계화하는 일은 우리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한다. 이것은 단지 타자를 설득하는 데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라면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무의식적 정서와 상대방이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상대방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읽을 수 있는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다. 비판적이고 논리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은 상대방의 역린을 읽을 수 있는 수사학적 감수성이 없다면 빛을 낼 수 없는 법이라는 저자의 말에 머리가 끄덕인다. 고리타분하고 진부하다고 생각했던 사상가들의 가르침을 새롭게 가르쳐 준 저자 글대로 나의 삶을 뒤흔들어 놓은 글도 있고 낯설게 성찰하기에 충분한 글도 있으면서 타자와의 관계와 나 자신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성을 느낀 책이다.

 

박주연/前세원문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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