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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4)

[2020-02-08 오후 1:30:36]
 
 
 

3장 우국(憂國)의 밤

이상한 만남(4)

 

그를 통하여 자기네 황실 척족 세력들에 대한 세간의 민심을 알아보면서 그로부터 얻은 궁금증을 그의 객관적인 입을 통하여 속 시원히 풀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호오, 그래요? 선생께서 나락 수천 석을 직접 처분하신단 말씀입니까? 그리고 동산리 집안사람들의 것까지 합치면 그게 일만 석은 좋이 웃돌 거라고요?”

중산의 얘기를 덤덤하게 얘기를 듣고 있던 사내의 눈에서 갑자기 광채가 번쩍하고 빛난다. 중산은 거기에 힘을 얻어 더욱 분명한 목소리로,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이렇게 덧붙이는 것이다.

, 그렇습니다. 하지만 하남면 파서리의 우리 원손가 쪽에다 대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지요!”

중산의 말에 그만 기가 질려버린 것일까. 아니면 아까와는 생각이 달라진 것일까. 사내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중산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목이 타는 듯이 앞에 놓여 있던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서 훌쩍 들이킨다.

자기의 잔에 술이 철철 넘치도록 다시 가득 채운 사내가 갑자기 비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곡 생산 규모가 그 정도라면 우리 같은 피라미들과 거래를 하실 것이 아니라 수만금을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는 거상들과 거래를 직접 하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중산의 기대와는 달리 사내는 뜻밖의 말을 하고 있었다.

거상들이라니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중산은 사내가 자기의 속을 떠 보기 위해서 대자본을 가진 왜놈 무역상들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하고 애써 평정을 유지하며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본다. 아까 장터거리에서 그로부터 들은 소리가 있는데다, 조선 황실과 자기네 황실 외척들에게 꽤 비판적이던 면까지 확인한 터라, 그의 속내가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다.

민 선비께서는 혹시 백산상회(白山商會)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그러면서 갑자기 예리해진 사내의 눈빛이 불을 뿜듯이 뜨거워지면서 중산의 안색을 유심히 더듬는다.

갑자기 시생더러 백산상회라니요?”

중산은 그의 속내를 알 길이 없어 짐짓 신경을 곤두세우고 반문을 한다.

거상(巨商)이라고 하면 대개 왜놈 무역상들을 떠올리시겠지만, 백산상회는 경우가 다르지 요!”

백산상회는 경우가 다르다니요?”

그야 무역회사라고 하면 돈 많은 왜놈들이나 차릴 수 있는 것인데, 백산상회는 우리 조선사람들이 세운 합자회사이니까 해 보는 소리지요!”

사내는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 자기의 본색을 한 꺼풀씩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요?”

백산상회는 지난 1909년에 대동청년당(大東靑年黨)을 조직하여 구국운동을 전개했던 백산(白山) 안희제(安熙濟) 선생이 경술국치 이듬해인 1911년에 만주와 시베리아를 돌아다니면서 독립운동의 실상을 목격하고 돌아온 후 지난 1914년에 이유석·추한식과 같은 지역 자본가들과 함께 부산부 본정 3정목에서 설립한 민족 기업이지요!”

, 그렇다면 윤상은(尹相殷) 선생과 함께 동래 구포에서 구명학교 (龜明學校)를 설립하여 2년간 교편을 잡았다는 그 경남 의령 출신의 기업가 말씀입니까?”

중산도 언젠가 부친이 자기네 집을 찾아온 윤상은 선생을 비롯한 지인들과 사업 얘기며 시국을 논하는 자리에서 백산 선생의 얘기를 주고받는 것을 겉귀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멀리 신의주에서 왔다는 사내는 자기도 잘 모르는 이곳 백산상회와 안희제 선생에 대해서 줄줄 꿰고 있는 것이다.

파평(坡平)이 본관인 윤상은 선생의 부친은 동래부사와 사천군수를 지낸 윤홍석(洪錫)이라는 분이었고, 일본어에 능통한 그는 1904년에 동래감리서(東萊監理署)의 주임이 되어 일본영사관을 출입하면서 대일 관계 사무를 전담하다가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동래감리서를 뛰쳐나와 구포에 사설 강습소를 만들어 육영사업에 주력하다가 안희제 선생과 함께 사립 구명학교를 설립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후에 장우석(張禹錫)이라는 분과 함께 구포저축주식회사(龜浦貯蓄株式會社)를 설립하였던 윤상은 선생이 조선총독부의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발판 삼아 구포은행을 설립하여 부산지점을 개설한 뒤에 은행 이름을 경남은행(慶南銀行)으로 개칭하여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했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그와 손을 맞잡고 구명학교를 설립하였던 안희제 선생이 일본인 천지인 부산 신항의 왜관 가까운 곳에 백산상회라는 민족기업을 열었다는 얘기는 중산도 처음이었다.

중산이 할 말을 잃고 잠자코 바라보고 있자니까 그는 더욱 기세를 올린다.

그런데 백산 선생은 그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아서 지난해에는 구포의 갑부 윤현태 선생과 자본금 일백만원으로 다시 개창(開倉)한 바가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경주 최부잣집의 최준(崔浚) 선생과 갑부 윤현소(尹顯素) 선생, 그리고 진주의 대지주인 강복순(姜復淳) 선생 등 많은 유지의 협조를 얻어서 백산상회를 백산무역주식회사로 확장할 계획인 모양인데, 듣기만 해도 대단한 쾌사가 아닙니까?”

구포와 부산포를 자주 가는 편이라고 하더니, 그렇다면 그가 하는 일도 백산상회와 무슨 연관성이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사업자금 확보 문제로 동료를 대동하고 부친을 만나러 왔던 윤상은 선생과 장시간에 걸쳐 환담을 나누었던 자리에서 안희제 선생이 설립한, 그것도 민족기업인 백산상회의 얘기가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것은 대체 무슨 사연 때문이었을까?

 

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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