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19.11.11 17:34
 
전체 사회 행정 교육 경제 정치/종교 문화/역사 복지/건강 스포츠/여행 밀양방송
 
박스기사
 전체
 살며 생각하며
 시가 머무는 자리
 마음의 창
 향우전망대
 소설
 현지르뽀
 歷史속의 密陽人
 문학/예술
 밀양의 풍경
 기획
 社說
 기고
 인물
 역사의 향기
 미담 속으로
 책이야기
 건강시대
 대선을 향한다
 총선을 달린다(밀양)
 명리학
 독서 산책
 밀양아리랑글판전
 낙숫물소리
  가장많이본뉴스
역사의 언저리,
인생 UP! 나
서점에서 만나는
새로운 하루를
영혼 기다리기
말투 때문에 말
적당한 거리
함께 행복한 지
익어가는 가을밤
부처님의 가르침
한국폴리텍대학
본보 시사만평
부산대학교 도서
밀양출신 경상남
먹잇감을 노리는
가을밤 감동을
얼음골사과로 만
밀양문화원 건립
제2장 일락서산
(재)밀양문화재
 
뉴스홈 >기사보기
적당한 거리

[2019-11-01 오후 5:07:48]
 
 
 

녹색이 조금 남아있는 잔디위로 마른 잎들이 굴러다닌다. 날마다 몸집을 줄여가고 있는 인동초와 담쟁이덩굴 사이로 몇 송이 남은 백일홍의 고운 빛깔이 여물어 가고 있다. 봄부터 여름을 거쳐 세력을 더 해 왔던 여러 가지 덩굴 식물들과 화초와 조경수 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어우러져 풍성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이 내려놓고 서로 간격을 유지하면서 좀 더 정갈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 가을은 비움이란 방법으로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는 편안함과 정갈함 속에 소소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비어 있는 공간 사이로 지나가는 메마른 바람에 조금은 쓸쓸함이 묻어나기도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 조금씩 주변을 비워두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삶이 편안 해지고 여유로워 지는 것 같다. 개인 공간이 침해당하거나 사람사이가 너무 복잡하게 얽히어 있으면 불편해지고 따라서 불쾌감을 드러내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는 서로 간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도서관에 가보면 성인들은 물론이고 학생들도 대부분 최대한 서로의 사이를 멀리 해서 앉아있다. 어느 심리학자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도서관에서 낯선 사람이 바로 옆자리에 앉으면 여학생의 경우 70% 이상이 30분 이내에 그 자리를 떠났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어쩌다 좌석에 여유가 있는 전철을 타 보면 거기서도 사람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앉는 것이 보편화 되어있다. 어디서든 공간이 허용되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게 된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수치로 나타낸 기준이 있다. 친밀한 거리(45cm이내), 개인적 거리(46~120cm), 사회적 거리(120~360cm), 공공적 거리(360cm이상). 이러한 물리적 거리도 일상생활 속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물리적 거리는 정확한 수치가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관계에서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지켜지고 있다. 조금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심리적 거리 또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포함된 생활방식과 가치관 문제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유능한 리더는 부하직원들을 대할 때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원칙을 지킨다. 친밀함이나 원활한 소통을 중요시 하지만 반드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어느 수준 이상의 관여는 하지 않으며 친밀감과 안전감을 함께 주기위해 노력한다. 미숙한 판단으로 지나친 친절을 베풀다가 부하 직원들로부터 갑질또는 성추행이라는 부끄러운 소리를 듣는 일이 요즘도 흔하다. 더러는 그러한 일들이 기사화 되고 법적 문제로 비화되어 되돌릴 수 없는 수모를 당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의 유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부부라도 서로에게 침해 받고 싶지 않은 영역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배우자가 하는 일을 속속들이 다 알려고 하거나 간섭해서는 부드러운 관계를 보장받지 못한다. 부모 자식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객지에서 직장에 다니는 아들로부터 몇 번의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 지난 해 집 정리를 하다가 한 달에 한 번 쯤으로 들리는 아들의 방에 있는 물건들을 아들 허락 없이 혼자만의 판단으로 위치를 옮기고 정리했다가 낭패를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직장이나 사생활에 대해서 너무 자주 그리고 구체적으로 묻다가 싫은 소리를 듣기도 한다.

내 지인의 딸은 결혼 삼 년 만에 합의 이혼을 했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가족 간 사생활 영역 침해다. 시어머니의 예고 없는 잦은 방문과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간섭 때문이었다. 며느리가 집에 없을 때 방문하여 냉장고 정리를 해두고 갔다. 어느 날은 안 방 침대와 화장실 등을 청소하고 갔다. 그럴 때마다 전화해서 이것저것 간섭하고 충고하고 잔소리를 했다. 심지어 생활비의 쓰임새까지 물어오고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느냐 까지 물어왔다. 남편을 통해 시어머니의 행동들에 대해 주의를 촉구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고 시아버지에게 부탁했지만 이 역시 통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이 일 년 이 년 계속되면서 가족 간 갈등은 커졌고 결국은 부부가 갈라서는 결과를 가져왔다.

제발 좀 비켜가 달라고 외쳐 보지만 막무가내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눈치를 주어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도움이 필요 없다고 아우성 쳐도 도와주겠다고 사사건건 물어오고 신경 쓰는 사람이 있다.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인정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경계를 지키는 것은 건강한 관계 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다.

하늘이 높아지고 강물이 맑아지는 계절이다. 몸집을 줄여가는 모든 만물들이 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군더더기로 남아있지 말자. 오롯이 간결하고 곧은 자세로 필요한 만큼만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자. 우리 모두에게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지나갈 수 있는 만큼의 적당한 거리가 꼭 필요하다.

 

정상진/전밀양초등학교장

 
 
 
장창표 점차 푸르름을 버려가는 이 계절의 의미가 우리의 삶에도 귀결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자연과 자연, 자연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이에도 알앚은 간격이 필요하겠지요 2019-11-04 12:12
내용
이름
   비밀번호
     
     
     
     

최근기사
신뢰와 열정 더 나은 미래 선도
아리랑시낭송회
밀양초등학교 총동창회
뜸(灸)은 어떤 건강법인가(1)
삶의 자리
나눔문화 실천 ㈜디엔 사랑의 쌀 기탁
경상남도의회 이병희 의원 향군대휘장
밀양 땅 거기
70세 사망법안 가결
세상 끝 동네 Ushuaia 감동
감동뉴스
이웃과 나누는 행복한 일상
홀로사는 어르신 효도관광
수소원자에너지준위가 E1>E2>E3.
깜짝뉴스
누적 적자경영의 '밀양무역&#
세계최대규모 김치공장 밀양유치 확정
축협, 축산물품질경영대상 수상
 
전체 :
어제 :
오늘 :
(50423)경남 밀양시 북성로2길 15-19(내이동) 밀양신문 | Tel 055-351-2280 | Fax 055-354-0288
Copyright ⓒ 밀양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ly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