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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UP! 나의 삶을 기록한다는 것

[2019-10-31 오후 5:50:55]
 
 
 

지난 29일 삼랑진에 위치한 밀양도서관(관장 강연희) 3층 소극장에서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80여 명이 참석한 기념식장에는 감동적인 낭송(최기향 시낭송가)이 사뿐히 내려앉았고, 부드러운 음율의 색소폰 연주(류성용 색소폰동호회)가 감미롭게 흘렀다.

이날 14명 작가들의 글을 모아 발행한 동지섣달 꽃 본 듯이란 자서전에 대한 출판기념회가 개최된 것이다.

소감을 발표하는 작가들의 이야기에 빨려들어 간 관객들의 호흡은 낮았고 가끔씩 눈시울 적시는 소리가 적막을 깨기도 했다.

무척이나 많이 들었던 자서전이란 단어에 주목하게 하는 특별한 이 시간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보기로 했다.

 

자서전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삶이란 길을 걷게 된다.

누구와도 같을 수 없는 자신만의 삶이 전개되는 것이다.

시간이란 물결을 따라 그렇게 함께 흘러가는 듯 하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되기도 하고 무서운 파도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그냥 흘러온 세월의 흔적일 뿐 그의 삶을 아는 것은 아니다.

삶 속에는 자신 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깊은 향이 서려있다.

그래서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우리는 그 기록을 자서전이라 부른다. 자서전은 스스로가 자기 삶을 기록한 글이다.

인터넷 시대를 맞은 현대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커지면서 다양한 형식의 자서전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서술하는 다양한 방식과 자기 표출에 대한 욕망 때문에 내용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아파하지 않으리라

과거를 돌이켜 회상하는 것. 그리고 자기의 삶을 기록하는 일을 하려면 우선 자기를 만나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거와의 완벽한 화해와 스스로의 치유를 통해 용서와 사랑의 빛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상처 난 과거를 회복하고 새로운 자존감을 찾아 또 다른 삶에 대한 도전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서전을 쓰는 일이란 아픈 과거라 할지라도, 부끄러운 과거라 할지라도 솔직하게 만나 그것을 치유하는 귀한 작업인지도 모른다.

그 치유되지 못한 과거 때문에 지금도 가슴이 아픈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살아갈 내일을 위해 오늘 우리는 그 아픔을 멈추어야 한다. 그래서 과거와의 만남은 실로 위대한 만남이라 부른다.

 

과거와 만남의 시작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2019년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사업 공모를 앞두고 강연희 관장은 고민했다.

도서관이란 성격에 가장 적합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결국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통해 새로운 행복을 향한 도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으로 자서전 쓰기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최종 계획서를 수립·제출하였고 12백만 원의 사업비를 받아 참여 희망자를 모집했다. 주제는 인생 UP! 나의 삶을 기록한다는 것이었다.

25명이 그렇게 가족이 되어 5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박범준 ()꿈틀 편집장의 모든 삶은 기록할 가치가 있다의 특강과 안상헌 애플 인문학당 대표의 삶을 바꾸는 독서와 글쓰기특강을 비롯하여 오유진 라온문화예술교육원 대표, 이순옥 라온문화예술교육원 수석강사의 자서전쓰기, 자유글쓰기 등의 강의가 무려 22차에 걸쳐 진행된 것이다.

진행과정에 끝내 함께 하지 못한 인원들이 생겨났고 최종 14명이 남아 이날 23차 만남인 출판기념회에 동행했다.

 

우리들의 자서전

꾸밈없는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의 횟수가 하나둘 늘어가면서 모두가 형제 이상의 정으로 쌓여 갔다.

글을 쓴다는 것. 내 글로 책을 엮어낸다는 것 모두가 두렵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그렇게 한 줄 한 줄 다듬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기도 하고, 서로의 기쁨을 함께 축복하며 그렇게 걸어온 시간들이었는지 모른다.

어린 나이에 종갓집 8남매 맏며느리로 시집와 걸었던 삶의 시간들이며, 아들만 셋이다 늦은 나이에 얻은 딸 때문에 새로운 인생의 행복에 젖었던 시간들, 어린 시절 동네 오빠가 불던 색소폰 소리가 좋아 끝내 색소폰을 배워 곳곳을 찾아다니며 봉사하는 지금의 시간들을 회상하는 작가는 내 옆엔 좋은 인연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오십이 넘으면 개인의 허물은 더 이상 개별적인 허물이 아니라 인간 공통의 한 조각이라 여기며 부끄러움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글을 보탠다는 작가의 삶의 이야기에도 젖어본다.

태어나 부산에서 50년을 살다 사업을 위해 중국에서 20년을 보낸 삶 속의 이야기를 담담히 담아낸 작가는 칠순의 나이에 밀양을 찾아 인생 후반기를 걸어가고 있다.

40년간 교직에 머물다 교직을 마감하는 순간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누릴 있어 정말 감사하다는 작가는 인생에 있어 가장 빛나는 축복을 꼽으라면 나의 두 딸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좋은 음식과 좋은 일을 만날 때면 엄마가 그립다는 작가는 지식은 살아온 경험과 지혜를 따라갈 수 없다며 또 한 번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자서전을 쓰면서 작고 사소한 일도 대단해졌고 하고 싶은 일도 생겨 신기하다고 말하는 작가는 세월이 더 흘러 우리도 세상 소풍 끝내고 갈 때까지 아버지와 행복하게 지내시라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전한다.

인생을 기록하려니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이 불쑥불쑥 나타났고 내가 망쳐버린 관계들이 선명하게 솟아올라 아팠지만 기억하고 글을 쓰면서 아팠던 내가 위로 받았다는 작가는 지난날의 상처를 씻어내고 오늘을 잘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고백하고 있다.

서러운 인생 떠나보내니 진짜 좋다는 78세의 작가는 나는 나한테 수고했다고 큰절한다며 눈물로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담으며 아들자랑이 뜨겁다.

시련을 딛고 제2의 인생을 산다는 작가는 자서전 쓰기가 자신을 돌아보는 참 시간이 되었으며, 많은 시련과 눈물이 지금은 행복과 새로운 삶의 길을 그려가게 한다고 고백한다.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삶의 여러 모습도 정현종의 가 말하는 방문객처럼 겸허히 맞겠다는 작가는 8년 후 고희 때에는 가슴 따듯함을 전하는 시집 한 권 묶는 일이라고 소망한다.

나는 내 삶의 주인공 이었든가를 반문하는 작가는 잊고 지냈던 과거를 돌아보아 새삼 내가 누구였던가를 알게 되고 더 나은 삶을 꾸려가는 계기가 되기를 염원했다.

파월 당시의 군대생활을 돌아보며 전장 속의 다양한 사연을 되돌아본 작가는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것에 감사하고 남은 생은 훗날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이 자서전은 약300페이지로 구성되어 14명 작가들의 삶 속 이야기들로 반짝이고 있다.

이날 강연희 관장은 축하의 말을 통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기록된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인용하며 나의 삶을 기록한다는 것은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듯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고 나아가 새로운 삶으로의 시작이다라고 전하며 밀양아리랑의 한 구절이 책제목이 된 동지섣달 꽃 본 듯이의 발간을 축하했다.

 

박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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