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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지평선 1권(29)
제2장 일락서산(日落西山)
[2019-10-10 오후 3:17:39]
 
 
 

妻家(13)

 

중산은 장인어른의 입장을 고려하여 그 정도의 선에서 얼버무린다. 부친을 대신하여 문중 일을 도맡다시피 하고 있는 중산인 만큼, 죽명 선생도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려고 하지를 않았다. 그 대신 잠시 옛 생각을 더듬는 듯하더니,

자네가 그래도 숙부라고 나한테 돌아가신 아버님의 서울살이에 대하여 묻고 있다만, 나 역시 그 어른의 자식이면서도 자네한테 들려 줄 말이 별로 없어 민망하기 짝이 없구만! 출문의 변고를 당하기 전에 몇 차례 서울로 호출당한 적은 있지만, 아버님의 서울살이에 대해서 잘 안 다고는 할 수가 없으니까 하는 말이네. 그 어른께서 워낙 까탈스러운 강골이시라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가친척들도 아무나 서울 집에 출입을 하게 놔두시지를 않으셨으니까 하는 얘기야.”

자괴어린 숙부의 말에 중산은 용기를 내어 묻는다.

할아버님께서 서울 현직에 계실 때 북촌 사가에서 침수 수발을 들던 하녀가 있었다면서요?”

그래도 그 정도의 얘기는 알고 계실 것이 아니냐는 뜻에서 해 보는 소리였다.

거느리고 있는 비복(婢僕)들이 한 둘이 아니었으니 어찌 침수(寢睡) 수발을 드는 계집종이 없었겠느냐!”

그렇다면 할아버님께서 서울 집의 하녀한테서 서자(庶子)를 보신 사실에 대해서도 숙부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겠군요?”

아버님께서 서울살이를 하시면서 데리고 있었던 하녀한테서 서자를 보셨다고?”

화등잔 만하게 커진 죽명 선생의 두 눈이 중산의 얼굴을 더듬는다. 그 바람에 중산은 가슴이 철렁하면서 자신이 경거망동을 한 게 아닌가 하고 잠시 할 말을 잊고 머뭇거린다.

하기야 양반 사대부들의 축첩은 나라에서도 용인한 일이요, 제 아무리 신변 관리에 철저한 원칙주의자라 해도 오랜 서울살이에 고향과는 천릿길이 원격하여 무척이나 적적하셨을 터이니, 그럴 수도 있었겠지!”

죽명 선생은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그렇다면 자네가 방금 말한 무봉사에 온 그 학승이 바로 그 하녀한테서 난 아버님의 서자일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자기를 바라보는 죽명 숙부의 안광이 워낙 강렬하였으므로, 중산은 온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그대로 고개를 끄덕인다.

, 숙부님!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런 모양입니다만.”

그랬었구나! 그렇게도 인간관계에 엄격하시더니 당신께서도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 하얀 수의 위에 떨구어 놓으신 앵혈(鶯血) 같은 숨겨진 곡절이 하나 있었던 게로구나!”

죽명 선생은 천고에 묻혀 있던 대단한 비밀 이변이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그러나 하늘같았던 부친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던가 하고, 한동안 할 말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부친에게도 그런 인간적인 면이 있었다는 사실에서 오히려 어떤 위안을 느꼈음인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 깊이 아로새기듯이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어찌 그런 아버님을 염라대왕처럼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여겼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세!”

그러고 보니 숙부님께서도 그런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아시는 바가 없으셨던 것이로군요?”

그러게나 말이다! 내가 미욱하고 불민했던 탓이지. 이런 불효막심한 일이 세상에 어디 또 있겠느냐?”

그것을 두고 어찌 숙부님의 불효라 할 수 있겠습니까?”

중산은 대충 그렇게 얼버무리고 나서 장인어른한테서 들었던 청관 스님의 얘기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아는 대로 모두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천만 뜻밖의 일이긴 하여도 사대부들이 첩실을 두는 것이야 당연지사였으니 새삼스러이 놀랄 일은 아니다마는, 침수 수발을 받들던 하녀한테서 후사가 있었다는 얘기는 나로서도 금시초문이로구나!”

그러시다면 숙부님께서는 후사 얘기는 몰라도 첩실 삼아 거느린 노비가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다는 말씀이로군요?”

글쎄다. 임오군란 후에 관노가 된 반란군의 여식을 노비로 하사 받았다는 얘기를 겉귀로 들은 적은 있어도 노비의 몸에서 후사를 보았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야. 출문조처를 당하여 철저하게 배척된 삶을 살아 온 내가 식솔들이 알세라 쉬쉬하며 비밀에 부쳤음이 분명한 그런 사실을 어찌 알 수 있었겠느냐? 허나, 그런 문제야 관례가 되어 항용 있어 온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를 않느냐? 그리도 신변 관리에 엄격하시던 아버님한테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좀 뜻밖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겉으로는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눈치를 보이면서도, 그러나 죽명 선생은 다음 말을 잇지 못한다. 첩을 두거나 거기서 후사를 보는 것이 당시 사대부 사회의 일반적인 관행이기는 해도 그게 신변 관리를 잘못 한 자기에게 수화불통이라는 전대미문의 출문 조처까지 내렸던 부친의 일이라고 하니 한편 놀랍기도 하거니와,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식 된 도리로 아들까지 본 조카에게 무어라고 해야 할지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진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산은 내심 충격을 느낀 것이 분명한 죽명 숙부를 바라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승당 할아버지의 모습을 닮은 것 같았던 청관 스님의 얼굴을 눈앞에 떠올려 보고 있었다.

오늘 제가 불공을 끝내고 일부러 요사채로 찾아갔을 때, 청관 스님이 왜 저에게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감쪽같이 따돌렸을까요? 이곳 무봉사에서 이삼십 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동산리에 승당 할아버님의 본가가 있고, 자손인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만큼 부담이 되었던 것일까요?”

중산은 죽명 숙부와 한 통속으로 추방당한 또 한 사람의 혈육을 찾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청관이라는 그 스님에 대해서도 이미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고 있었다.

갑오개혁으로 신분제도가 철폐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반상의 법도가 엄연히 살아 있으니 노비의 몸에서 난 서출 주제에 자기가 감히 어떻게 하겠느냐? 더구나 아버님께서 오래 전에 돌아가신 이 마당에!”

정대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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