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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호수 도시 바릴로치(Bariloche)
코이카 사랑 파라과이(28)
[2019-07-23 오전 10:28:36]
 
 
 

땅이 넓기로 유명한 아르헨티나(278만 ㎢ 한반도 12.5배)에서 도시 간 이동을 버스로 한다면 기본 20시간 이상은 타야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바릴로체까지 24시간 정도 타야한다.


필자는 22일 오후 3시에 차에 몸을 실었다. 23일 오후 4시경 도착했으니 만 하루가 꼭 한밤 넘은 셈이다. 좀 지루할 것 같아도 한 4∼5시간 마다 중간 정류장에서 한 20분 정도 여유 시간을 주기에 허기도 때우고 화장실에도 가고 하는 등 그냥 지낼 만하다. 또 주변의 별천지 같은 대 자연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났다.


또 끼니마다 약간의 간식을 끼니처럼 제공해주기에 큰 허기는 없었다. 필자는 이 음식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슈퍼에서 약간 질 좋은 먹을거리를 준비했다. 치즈, 훈연한 고기 등.


오후 9시경 의자 침대를 최대한 뒤로 채쳐 잠을 잤다. 흔들흔들 요람 같아 저절로 잠이 잘 온다. 장거리 버스 여행에서 잡식성과 무식할 정도로 잠을 잘 자는 것은 큰 보약이다. 필자는 이 두 가지를 타고난 천성처럼 잘 적응한다.


23일(화) 오후 3시경 이젠 한 시간 정도 가면 목적지 바릴로체다. 지금부터 그야말로 대장관의 파노라마가 고구마 줄기처럼 펼쳐졌다. 한 모퉁이를 돌때마다 작은 에메랄드 작은 호수들이 숨을 죽이며 얼굴을 내밀었다. 천상의 호수 같았다. 그 모습이 모두 천의 얼굴을 한 듯 신비했다. 목적지가 가까워 올수록 그 신비는 더해갔다. 좁은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나지막한 산에 하늘의 조각신이 조각한 듯한 괴암괴석이 줄을 이었다. 마치 신비의 조각품 전시회를 하는 것 같았다. 달리는 차장 가에 카메라를 순간 포착 모드에 고정 시켜 놓고 마구 눌러댔다. 나중에 쓸 만한 것 몇 장 건지면 된다.


약 25시간 차를 타고 온 지루함도 이 신비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모두 날아가 버렸다. 차장가로 내려다 본 호수의 물 맑기는 그냥 옥수라는 말이 제격이다. 이 동네 산다는 한 승객이 그냥 마셔도 전혀 이상이 없단다. 이 크고 작은 호수에 연어와 무지개 송어가 지천이란다. 냉수에서만 사는 이 두 종류의 물고기는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덕분에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물에서 산단다. 물 반, 고기 반이란다.


바릴로체를 감싸고 있는 호수를 네그로 라고( Negro Lago)라고 한다. 검은 빛 호수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이름하고는 다소 차이가 나는 듯한 물빛이었다. 내 눈에는 진한 파란 빛 에메랄드 호수가 더 어울리겠는데? 이곳으로 오는 길목에서 만난 많은 호수들이 아술(파란 빛)이었다. 호수의 물빛이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뀐단다. 그래 붙여진 이름 같았다.
이곳 호수들의 역사는 약 1백 만 년쯤으로 추정한단다. 당시 빙하기 때 지구가 서서히 온난화 되면서 거대한 빙하가 녹아 이런 호수의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모습은 약 1만 3천 년 전에 형성되었단다. 내륙 지방이라 지진의 피해가 거의 없어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단다. 오랜 세월 신비의 이야기들이 꼭 꼭 숨어있는 바릴로체 호수이다. 하나하나 토해 낼 듯 그 모습이 친근했다.


어느새 바릴로체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한 택시를 잡고 좀 싼 호텔로 데리고 달라고 하니 금세 눈치를 챈다. 시내 중심지까지 한 4킬로미터 정도 된다. 시내 중심지에 여름 방학을 틈타 몰려온 유럽 여행객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금세 방 한 칸 숙소를 있을 것 같았는데 가는 곳 마다 모두 만원이다. 안되면 최고급 호텔에서 한밤 자는 걸로 정하고 5성급 그랜드 호텔에 가서 방 문의를 하니 역시 NO란다. 시내 크고 작은 호텔 8개 문을 두드렸는데 모두가 full이다. 한 직원이 좀 외곽으로 나가보란다. 한 1km 정도 외곽으로 나가니 금세 방이 있었다. 중심지보다 가격도 영 착했다. 1박에 600페소(3만5천원)였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호수 탐방에 나섰다.


호수 해안가를 따라 걸었다. 도시 오른쪽에 거대한 호수가 도시를 떠받치고 있었다. 도시가 마치 환상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동화의 도시 같았다. 이곳 바릴로체는 남미라기보다는 유럽 알프스 나라 스위스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도시 같았다. 도시 전체가 여름인데 무덥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선선하고 마음의 고향 같은 도시로 깨끗하다 못해 조금은 부담스러울 만큼의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해안가에 많은 수영 객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 호수 탐방 유람선은 탈 수가 없었다.


호수가 주변 워킹, 캄파나리오(Campanario) 언덕을 워킹하고 바릴로체 또 하나의 랜드 마크 초콜릿 티엔다(상점) 민심 살피기에 나섰다. 시내 중심지에 크고 작은 초콜릿 매장이 무척 많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초콜릿이 맛과 향 빛깔이 최고란다. 한 매장에 들어 가보니 내외국 여행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가격도 꽤나 비쌌다. 동그란 통에 모양이 다른 초콜릿 한 열 댓 개 넣은 상품이 20불 정도하니. 여기 여행 온 사람들은 누구 하나 없이 초콜릿을 선물로 사간다. 최고를 선물하기 위해서.


허겁지겁 이 동네를 찾아 비록 시간에 쫒기는 여정이었지만 그래도 천상의 호수 파란 물빛을 가슴에 쓸어 담았고, 은은한 초콜릿 향기도 가슴에 간직했다.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여행, 시간적 여유가 좀 많아 느긋한 여행을 즐기겠다. 코이카 봉사를 끝내고 아내와 함께 기간을 정하지 않고 발길 가는대로 여유 있는 여행을 꿈꾸어 보며 바릴로체 일정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모든 일정이 은혜 은총이었다.

주태균/코이카1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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