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2.1.27 15:23
 
전체 사회 행정 교육 경제 정치/종교 문화/역사 복지/건강 스포츠/여행 밀양방송
 
박스기사
 전체
 살며 생각하며
 시가 머무는 자리
 마음의 창
 재약산의 숨결
 소설
 현지르뽀
 歷史속의 密陽人
 문학/예술
 市議會
 기획
 社說
 초대석
 인물
 역사의 향기
 의정브리핑
 책이야기
 건강시대
 대선을 향한다
 총선을 달린다(밀양)
 현장스케치
 수필단상
 기고
 낙숫물소리
  가장많이본뉴스
대권후보 하나
밀양 나노융합센
밀양시 가축방역
밀양시 홍보캐릭
예상원 경남도의
밀양시, 귀농
목(頸項)과 뜸
결빙의 습관
밀양 미즈그룹
동아일보 박형준
㈜원일특강, 밀
화가 치밀 때
밀양교육 성장과
밀양강상행선 철
‘사람’의 의미
밀양시, 코로나
사람은 생각대로
서정성의 강요
학교법인 밀성학
낯선 곳에서의
 
뉴스홈 >기사보기
오리무중(五里霧中)-6

[2021-05-26 오후 3:27:00]
 
 
 

4장 운막향(雲幕鄕)의 후예들

오리무중(五里霧中)-6

 

김 서방은 이술이가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뒷간에 들렀다가 황 서방을 찾아 이곳저곳 살피면서 바깥사랑 쪽문으로 해서 후원 텃밭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거기는 황 서방의 부자가 아침저녁으로 여러 개의 가마솥에서 정성껏 여물을 삶아 먹이면서 보살피는 말과 당나귀들의 축사가 연해 있는 곳이다.

이른 아침부터 무신 일이고?”

가마솥에 여물을 썰어 안치고 불을 때고 있던 황 서방이 부지깽이를 들고 엉거주춤 일어서면서 김 서방이 무어라고 말하기도 전에 먼저 묻는다. 중산이 당주 일을 맡게 된 뒤로 그를 수행하는 집사 노릇을 하게 되면서 위상이 달라진 김 서방을 보고 뒤가 켕긴 나머지 지레 무슨 낌새라도 느낀 것이리라.

삼수는 어디 가고 형님 혼자서 이러고 있능교?”

삼수? , 그놈아는 내가 어제 저녁에 어디로 심부름을 좀 보냈는데, 밤늦게 돌아왔길래 좀 더 자빠져 자라고 내버려 뒀다 앙이가.”

황 서방은 김 서방의 시선을 피하며 부지깽이로 공연히 장작불을 뒤적거린다.

그라모 아직도 행랑 수청방에서 자고 있다 그 말인교?”

, 그렇지, !”

그러나 김 서방은 그가 거짓으로 둘러댄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형님, 아무래도 아들 단속부터 신경 좀 써 주시야 되겠심더!”

아니, ? 우리 삼수가 또 무신 일이라도 저질렀는가?”

황 서방의 눈에 은근히 겁이 실린다.

그놈아가 그렇게 경을 쳤는데 요새도 남몰래 마산리교회를 들락거리고 있다 합디다! 방구가 잦으모 설사를 하게 되는 기이 정한 이치 앙인교? 그라고 바깥으로 싸돌아 댕기는 똥개는 주둥이 성할 날이 없다 카는데, 삼수 걔가 또 무신 일을 저지르기 전에 단속을 하는 기이 좋겠다 싶어서 미리 디리는 말이지요. 그러니 내가 이런다꼬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는 마소!”

그렇다모 다행이고. 알았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그라면 나는 형님만 믿고 그만 가 볼라요.”

볼멘소리를 하며 김 서방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황 서방은 뒤에서 부지깽를 내팽개치고는 혼자서 고추먹은 소리를 한다.

에잇, 빌어 묵을 거! 어느 놈이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그놈아한테 헛바람을 잔뜩 불어넣어 가지고 미친개처럼 싸돌아 댕기다가 새벽마다 도둑놈처럼 담을 타고 넘어오게 맨들어서 아무 죄도 없는 지 애비만 이렇게 싫은 소리를 들어가며 걱정하게 만드노, 어느 놈이! 굴러온 돌멩이가 박힌 돌을 친다 카더마는, 역마을 역리 자식으로 꼴에 글을 깨쳤다고 젊은 중산 서방님을 등에 업고 홀애비 주제에 집사 자리를 꿰차더니 인자는 마 대놓고 애비 같은 나한테까지 상전 행세를 하고 설치니 참으로 눈꼴사나워서 몬 보겠네! 그렇잖아도 청지기가 된 서 서방만 보아도 부아가 나서 심란해 죽겠는데!”

삼수가 일할 생각도 않고 밤낮으로 빈둥거리며 꾀를 부리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삼수가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진작 눈치 챘지만 멀리 마산리까지 저녁마을을 다닌다는 사실을 황 서방이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저녁 늦게 심부름시킬 일이 있어서 행랑채를 온통 뒤지며 방방이 찾았으나 종적이 묘연하였던 것이다. 그 후, 삼수가 밤새도록 들와오지 않는 것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든 황 서방은 새벽잠을 설쳐 가며 기다렸다가 첫 닭도 울기 전인 꼭두새벽에 도둑놈처럼 행랑 담을 타고 넘어오는 삼수 놈을 보고 멱살을 잡아끌고 방으로 들어와 물었더니, 누가 좀 보자고 해서 마산리 예배당으로 갔다가 거기 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자고 왔다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니 겉은 사고뭉치를 보자는 사람이 있었다꼬? , ! 초상집 똥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 다 있구마! 도대체 어느 미친놈이 그라더노?”

누군 누구야, 당곡의 박수무당 아들 풍수지, !”

당곡 풍물패의 상쇠잡이 염록술이 아들 말이냐? 그놈아는 머리에 피도 마르기 전에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들어 가지고 집을 뛰쳐나간 뒤로 장돌뱅이 약장사를 따라 댕기믄서 풍각쟁이 노릇을 한다꼬 하지 않았느냐?”

지 아무리 팔도강산을 바람처럼 떠돌아다닌다는 풍수라 할지라도 마음만 묵었다 하모 우찌 집에 몬 오겠노? 밀양장에 오는 길에 잠시 집에 들렀다가 내가 보고 싶어서 밤에 좀 만나자꼬 살짝 불렀다 앙이가!”

황 서방도 말 잘 듣는 다른 아이들 같았으면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안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삼수는 어릴 때부터 남들한테 귀염받는 인삿말이나 젓가락질보다 거짓말과 싸움질부터 먼저 배웠고, 부모의 가르침보다는 남들로부터 험담과 욕이나 들으며 자랐을 정도로 행랑의 머슴과 하인들마저도 인간 취급을 하지 않고 슬슬 피해 버리는 사고뭉치였다.

삼수가 그리 된 것을 자기의 탓으로 여기는 황 서방은 오늘도 제 발이 저린 나머지 김 서방이 돌아간 뒤에도 여전히 마음이 켕겼으나 다행히 그날 내내 웃전들로부터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밥 먹듯이 사고를 치며 닳을 대로 닳아빠진 삼수 녀석도 눈치 하나는 빨라서 종가 사람들의 감시망에 걸렸다 싶으면 자기 할 일은 물론이고, 남의 일까지 가로채서 할 정도로 웃전들의 눈에 성심을 보이는 시늉만은 제대로 해내고 있어서 황 서방은 그나마 한시름 놓을 수가 있었다.

 

정대재/소설가

 

.

 
 
 
내용
이름
   비밀번호
     
     
     
     

최근기사
밀양시, 2021년 농식품 수출실적
밀양나노융합 연구단지, 인프라 구축
새날 새아침 밀양에서 호랑이 기운 받
어깨통증과 뜸-1
잘못한 일은 있는데, 잘못한 사람은
내 인생의 역사
여자씨름 부흥 선도 밀양출신 대한씨름
호랑이 느티나무
밀양 찾아 독립운동 배우는 전국 교원
물처럼 사는 아름다운 인생
감동뉴스
이웃과 나누는 행복한 일상
홀로사는 어르신 효도관광
수소원자에너지준위가 E1>E2>E3.
깜짝뉴스
누적 적자경영의 '밀양무역&#
세계최대규모 김치공장 밀양유치 확정
축협, 축산물품질경영대상 수상
 
전체 :
어제 :
오늘 :
(50423)경남 밀양시 북성로2길 15-19(내이동) 밀양신문 | Tel 055-351-2280 | Fax 055-354-0288
Copyright ⓒ 밀양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lynews@hanmail.net